잡담

공무원 직무급제 도입? 전직이 말하는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이는 이유

한글지킴이 2019. 5. 23. 03:00

어제 공무원 직무급제 도입을 인사혁신처가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 기사가 올라온 뒤로

인터넷 공간이 시끌벅적 합니다.

일 안 하는 철밥통 공무원 짤라야 한다는 지지 여론부터

아직은 시기상조다 라는 반대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이 분분한데요,

 

한때 팀장으로 근무했던 제 솔직한 생각을 써보려 합니다.

물론,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후폭풍이 있을 수도 있어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일이지만,

답답한 마음에 현실을 알리고자 이 글을 씁니다.

단, 누가 보느냐에 따라 현실이 아니라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비춰질 수도 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현 월급 체계>

5급 이상은 성과연봉제, 6급 이하는 호봉제 입니다.

즉, 5급 이상은 성과를 평가하여 연봉화하여 주고, 6급 이하는 연수에 따라 월급이 올라가게 됩니다.

예전 4급 이상이 성과연봉제였으나, 

'17년 5급도 성과연봉제가 결정되었고, '18년 처음으로 5급도 성과연봉을 받게 되었습니다.

 

<직무급제란?>

직무급제란 공무원이 하는 일, 즉 직무를 난이도에 따라 단계를 나눈 후, 난이도급에 따라 월급을 차등화 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단순 행정 처리하는 사람에게는 적은 월급을, 다소 복잡한 일 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월급을 준다는 뜻입니다.

6급 이하도 성과연봉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6급 이하의 성과는 측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현재 성과연봉 대신에 직무급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행시 득?>

이 제도를 보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영할 것입니다.

그래 일 안하면 적게 주는 게 맞지. 그동안 호봉제로 월급 따박 따박 먹으니까 일도 안 하고 꼴보기 싫었는데 잘 됐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그리고 그냥 막연히 이런 생각도 듭니다.

공무원 전체 월급이 줄어들지 않을까? 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겠군.

그런데 정말 이렇게 될까요??

 

<득보다 실이 많은 내부적 이유>

사실, 전 성과연봉제 및 직무급제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입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니, 반대 의견 댓글로 주시면 감사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직무 난이도를 누가 무슨 기준으로 나눌까?

단언컨데, 공평하지 않은, 아니 합당하지 않은 기준으로 직무급제가 나뉘게 될 것입니다.

야근시간으로 난도를 나눌까요? 현장일 하는 사람과 내근일 하는 사람 중 누가 더 힘든 일을 하는 걸까요?

만약 이를 위해 정부에서 용역 보고서를 발주한다면,

내부 조직 하나도 모르는 연구기관이 작성한 보고서가 얼마나 신뢰성이 있을까요?

분명히 해외 공무원 조직 분석하고 평균치 내던가, 우리와 유사한 나라 따라갈텐데, 그 분석내용이 우리나라 조직과 정말 맞을까요?

 

2. 난이도 높은 직무, 아니 돈 많이 받는 업무에 누가 갈까요?

난이도 높은 업무가 월급을 많이 받게 된다면, 가뜩이나 박봉인 공무원, 돈 많이 받는 일을 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기본적인 생각은, '어차피 힘든 일, 똑같이 일하고 돈 많이 받는 게 좋지' 라는 게 대부분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공무원 인사는 내가 가고 싶다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정치적인 이유들이 관계됩니다.

위정자의 의지 + 학연, 지연, 혈연 + 승진대상자, 초임자, 각종 휴직 복귀자 등의 사정에 따라 수시로 바뀝니다.

결국, 그 자리에 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줄' 이라는 것이 만들어 지게 되고

공무원의 가장 중요한 덕목중 하나인 정치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 송두리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금도 가뜩이나  심한데, 앞으로 얼마나 더 심해질 지 상상이 안 갑니다.

'줄'을 얻기 위해 위정자의 뜻을 따르게 되고, 위정자는 인사권을 무기로 모든 것을 할 수가 있지요.

이 부분을 막기 위해 공무원은 짤리지 않는 신분을 보장받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를 곱게 보지 않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성과제의 현실>

지금도 공무원 조직에서는 이러 저러한 성과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고참은 S등급, 신참은 D 등급 기본 공식입니다.

과거에는 부서에 따라 1/n 하는 곳도 있었구요.

인사고과 평가하는 부서 직원들은 각종 성과 보수 제도 선정에 극히 유리합니다.

행정직이라면 누구나 다 인사과, 총무과 등에 가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죠.

 

'17년 5급에게 성과연봉제 시행이 결정되었을 때는 지금처럼 논란이 크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노조를 이루는 6급 이하 공무원들의 실질적인 타격이 별로 없었거든요.

다 자기 밥그릇 줄어들게 되면 소리 내게 되어 있는 법입니다.

물론 향후 본인이 5급 승진하게 자기 일 되겠지만, 그건 당장의 일은 아니니까요.

전 사실 성과연봉제도 반대합니다. 

전 대기업에도 근무해봤고, 공무원으로도 근무했었습니다만,

단언컨데 공무원은 성과를 내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맺는 말>

각종 논란이 일자,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보수체계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추진 중일 뿐, 결정된 것은 없다는 식의 원론적인 얘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글쎄요,, 이미 연구용역하고 있고, 결론이 하는 것이 좋다라고 나오면 직무급제 하겠죠.

그로 인해, 공무원 조직이 발전할지, 퇴보할지는 후대가 평가할 것입니다.

다만,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은 제가 이미 나이가 많이 들어서 일까요?

어떻게 결론이 나던, 조직이 발전하고 그로 인해 더 좋은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움 되셨다면 공감+α 꾹 부탁드리며, 궁금한 점은 언제든 댓글 주세요 :)